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을 읽었다가 재미있길래 하나 더 읽어 보자고 별 생각없이 고른 책인데.. 기대 이상!
전혀 생각지 못한 엄청난 스토리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에서 태어난 바리. 영적인 능력을 타고난 바리. 김일성 사망 후 북한은 기근에 고통받고, 온 식구가 뿔뿔이 흩어지고 죽는다. 바리는 할머니와 키우던 개 흰둥이와 탈북을 하지만 결국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바리는 발마사지사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같이 일하던 사람과 런던으로 밀항하게 되고, 런던에서 발마사지를 하며 불법 체류자로 살다가 파키스탄인 남편을 만난다. 그리고 세계에 닥친 9.11 테러와 런던 테러.. 바리는 곧 태어날 아기에게 말한다. "아가야, 미안하다."
읽으면서 슬프고 무시무시하고 덜덜 떨린다...
내 아기에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세상이 되어야할텐데..
아무튼 끝까지 멈추지 않고 초집중 상태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강추!
"회색의 배가 가까워진다. 각양각색의 인종들, 누더기를 걸친 난민과 엄마 언니들도 타고 있으며,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시달리다 죽고, 일하다 죽고, 맞아 죽고, 터져 죽고, 불에 타서 죽고, 물에 빠져 죽고,
애달아 죽은 온 세상의 넋들이 타고 있던 배. 앞쪽 갑판에서 처음처럼 베키가 몸을 길게 빼고 묻는다.
말 좀 해봐.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 있는지.
...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남보다 더 좋은 것 먹고 입고 쓰고 살려고 우리를 괴롭혔지.
그래서 너희 배에 함께 타고 계시는 신께서도 고통스러워하신대. 이제 저들을 용서하면 그이를 돕는 일이 되겠구나"
"횃불을 켠 붉은 배가 다가온다. 무기를 들고, 머리 풀어 산발하고, 팔 떨어지고, 다리 떨어지고, 피묻은 군복입고,
붕대 매고, 의족 짚고, 눈 가리고,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타고 있던배....
어째서 악한 것이 새상에서 승리하는지, 우리가 왜 여기서 적들과 함께 있는지 알아왔어요?
...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