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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호엄마 다이어리

아기 호호 출산기

출산 예정일은 9월 17일.
그런데 지난번 포스팅처럼 이슬을 넘 일찍 보아서 호호가 적어도 예정일을 넘기지 않겠구나~ 하고 있었다. 초산이니 이슬을 봐도 7~10일 정도 걸릴 거라길래 휴가 들어가자마자 딱 나오면 좋겠다 했더니 요녀석 조금 마음이 급했나보다. 역시 엄마 닮아서 성격이 급한듯? ㅋㅋ

9월 8일 새벽 3시반. 최근 며칠간 이 시간쯤 되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한 번씩 깨곤 해서 또 대수롭지 않게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누웠더니 아랫배가 싸르르 아프다. 생리통이 약간 심할때 정도.
속으로 초를 세어보니 약 10초간. 그담엔 또 안 아프길래 가진통인가? 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건만.. 잠은 오지 않고 배가 또 아파 온다. 흠 아무래도 이상해.
펜과 종이를 챙겨서 침대 옆에 두고 다시 누워서 멀뚱멀뚱.
아파올때마다 시간을 기록해 봤더니 딱 정확하진 않아도 한 10분 간격은 되는 것 같다.
신랑을 흔들어서 '나 배아파. 호호 나오려나.' 했더니 전날 과음하시고, 잠에 취해서는 '어..이상하면 말해. 규칙적으로 아파?' 하고는 다시 잠드심. -_-
6시가 되어서 일단 출근 준비를 위해 샤워를 했는데, 아무래도 가진통은 아닌 것 같고 불안해서 회사는 못가겠다 싶어서 출근 포기. 조산원 원장님 말씀이 10분 간격으로 아픈 게 5분이 되려면 한참 걸린다기에 신랑은 일단 출근시키고, 간격이 더 짧아지면 전화할테니 달려오라 했다.
진통이 시작되면 계속 더 움직여 주는게 좋다는 소리를 어딘가에서 들어서 집을 비울 때를 대비해 설거지 다 해두고, 바닥 닦고, 다림질까지 완료. 그랬더니 출산 임박의 신호라는.. 설사와.. 붉은피가 섞인 찐득한 분비물이 보였다. 생리때처럼 붉은피가 나오길래 뭐 잘못된거 아닌가 싶어서 원장님한테 전화를 했더니 진료해보게 준비해서 와보라신다.
조산원은 안산인데 혼자 어케 가? 싶어서 신랑한테 콜. (출근한지 한 시간도 안 됐을 때ㅋㅋ)
회의중에 뛰쳐나와서 택시타고 한 시간 좀 안 걸려서 집에 도착.
일단 애기를 낳게 될지도 모르니 싸둔 여행가방을 챙겨 조산원으로.
가면서도 배가 조금씩 아프긴 했지만 그닥 규칙적이지가 않은데다 아픈 것도 더 강해지지 않고 그냥 참을만한 정도여서 오히려 이거 오늘 안 나오는 거 아니야? 하면서 갔다.
조산원에도 웃으면서 들어 갔다가 내진을 받으니 자궁문이 4cm가 열려 있는데다 애기도 많이 내려와 있다며, 근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냐며 원장님이 도리어 놀라심;;
보통 4cm 정도 열려 있으면 바로 입원시키는데, 난 아직 멀쩡한 듯 하니 지금부터 신랑이랑 걸어다니면서 데이트하고 점심도 먹고 집에 가서 샤워도 한 번 더 하고 저녁때쯤 보자고 하신다.
우리 둘은 '꺅, 오늘 나오겠구나. 점심으로 뭘 먹을까~'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컴백.
집 앞에 있는 빕스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어줄까 하다가 그렇게 오래는 못 앉아 있을 것 같아서(샐러드를 조금밖에 못 먹으면 아까우니까ㅋ) 국수집에 가서 신랑은 국수, 난 그래도 고기라고..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집으로 걸어 오는 길에 진통의 강도가 강해져서 아, 그냥 샤워하고 출발해야 겠다 싶어서 샤워를 하는데 끈적한 핏덩이가 마구 나온다.;; 또 깜놀해서 샤워도 대충 하다말고 다시 조산원으로 고고.
이제 진통 간격은 4분 정도. 한 번 아플 때 더 '끄응- 아프다-' 정도로 더 세게 아프고 시간도 1분 정도로 길어졌다.
2시반쯤 조산원에 도착하니 원장님은 어디 가시고 다른 조산사분이 내진을 해주시더니 7cm 열렸단다. -ㅂ- 초산인데 진행이 빠르다며 또 서프라이즈..;;
분만실로 가서 짐볼 위에 앉아서 엉덩이를 흔들흔들하기도 하고, 방 안을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다가 진통이 오면 신랑 목을 붙잡고 괴로워하다가도 안 아플 땐 조산사 선생님이랑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러기를 두 시간 가량. 이제 힘은 빠지는데 계속 아프니 짜증이 나기 시작. 정말 아플땐 다 쥐어 뜯고 싶더라..;; 짜증날 정도로 한 세번 정도 아프니 다시 내진. 이제 자궁문이 10cm 다 열리고, 애기 머리가 바로 밑에 있단다. 드디어! 좀만 더 아프면 끝나겠군.
이제 본격적으로 앉는 부분이 변기같이 생긴 의자에 앉아서 진통이 올 때마다 숨 참고 힘주기. 신랑은 허리부분을 쓰다듬으면서 힘줄때 1,2,3,4,5.. 구령넣기. 이렇게 몇 번. 아기 머리가 보인단다. 선생님이 손을 대주셔서 나도 만져보았는데, 머린지 뭔지 미끄덩하다. 잘한다 잘한다 격려를 받으며 진통이 올 때마다 숨 참고 입다물고 고개 숙이고 똥꼬에 힘주기.
이제 내려가서 눕자고 하는데 못 일어나겠고... 그래서 다시 한번 의자에서 힘 꽉 주고. 거의 다 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으며 이불 위로. 신랑이 뒤에서 붙잡아 주고.. 정말 죽을똥살똥 있는 힘을 다해 10초이상 힘주기 -_-;;; 내 느낌상으론 쑥 빠져나온 것 같은데 아직도 머리의 일부만 나온 상태. ㅠㅠ 이때 원장님이 돌아오셔서 다 나왔네 하시며 조산사분과 교대하시고;; 난 이번에 내보내고야 말겠어! 하고 마지막 힘을 다해 13초간 끄응- 했더니 호호가 나왔다. 5시 10분.
나오자 마자 응애응애 울더니 내 배위에 올려서 토닥토닥 달래주자 울음도 그치고 눈을 멀뚱멀뚱 뜬다. 배 위에 올려놓고 봐도 요런 애기가 내 몸에서 나온게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신랑이 준비해둔 편지를 읽어주는 동안 태반도 다 나오고, 난 호호에게 처음 젖을 물렸다.
처음 나왔을 땐 맥박이 뛰듯 움직였던 탯줄에 맥이 사라지고, 탯줄 절단식. 호호의 진정한 탄생!
신랑 배 위에 호호를 올려 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우리 셋만의 시간.
병원같았으면 각기 다 떨어져 있어야 했을텐데. 셋이 나란히 누워 있으니 너무 행복했다.

임신 기간도 그다지 힘들게 보내지 않았고, 출산도 잘 할 수 있을거야! 하며 별 걱정 안하고 있었더니 이 정도면 순산에-(친구 말대로.. 난 임신 체질인 건가.. 셋쯤 안 낳으면 아깝다는?;;) 정말 아무런 약물도 쓰지 않았고, 마음대로 이리 저리 걸어다니면서 진통하고.. 신랑과 처음부터끝까지 함께 한 출산. 대 만족. ^-^ 정말 조산원 출산을 적극 권장하고픈 마음이다.
엄마 걱정 안 시키고 예정일 전에 건강하게 태어나 준 우리 호호도 너무 고맙다.
누구를 닮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듣던대로 남들이야 뭐라든 내 자식이라고 얼마나 귀여운지.ㅋ
아직까진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별로 나오지도 않는 쮸쮸도 잘 빨아준다.
모유수유만 성공하면 대박. '-')/ 울 호호 튼튼하게 잘 키워야지!

갓 태어난 호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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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출산 다음날..
누워 있을 때도 앉아있을 때도 멀쩡했는데... 소변을 한 번 봐야 한다길래 일어나려다가 핑~ 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영양제 수액을 한 통 맞고 좀 누워있다가 이제 화장실 갔다가 퇴원해야겠다 싶어서 일어 났더니. 아~ 어지러워~ 하다가 툭. 웅성웅성 말소리가 들리고 사태파악이 안 되다가 눈을 떠보니 바닥에 누워있다. 신랑 말로는 눈알이 뒤로 돌아가고 앞으로 꼬꾸라지면서 경련을 했단다.
막달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좀 낮긴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랬는데. 빈혈이 왔나보다.
게다가 이틀 연속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몸도 많이 지친 상태.
병원이었음 입원 대상이지만. 어쩔 수 있나. 여긴 입원실도 없고.
누운채로 볼일보고; 누운채로 옷 갈아입고.. 신랑한테 매달려서 겨우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주차장까지 가서 차 뒷자석에 호호랑 같이 옆으로 누워서 산후조리원으로 왔다.
이제는 휴식시간~ 모유수유 100%하고 싶었는데, 나도 상태가 상태인만큼 휴식이 필요한지라 호호한테 밤에는 산양분유를 먹이고 있다. 푹 쉬고 얼렁 회복해야지~! 근데 여기 너무 더워... 땀 뻘뻘...
그러나 월요일까진 샤워도 못하고 ㅠㅅ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