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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고/책

죽음의 밥상


죽음의 밥상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피터 싱어 (산책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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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이라니. 제목부터 너무 임팩트 있다.
그러나 원제는 'The ethics of what we eat'.
그냥 '밥상의 윤리' 정도로 했으면 안되려나?하는 의문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식사를 하는 한 가정과,
육식을 하긴 하되 윤리적인 방법으로 길러진 가축의 고기와 동물성 음식을 골라서 먹고
가능한 유기농으로 재배된 음식을 먹고 있다는 가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예 육식을 하지 않는 베건 가정의 식탁을 살펴보고
그들의 밥상에 올라 있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거꾸로 추적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윤리적인 음식인지를 따져본다.

미국에서는 주로 육식을 많이 하는 만큼, 책의 첫 부분에는 소, 돼지, 닭이 공장식 농장에서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 정말 공포물이라도 읽는 듯.. 죽음의 밥상이라는 제목이 그대로 다가온다.
동시에 내가 먹는 음식들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농장까지 쫓아가서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는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이 음식이 내 몸에 좋은가 나쁜가, 농약을 뿌렸을까 안 뿌렸을까
정도로만 먹거리를 판단하던 편협한 단계에서 벗어나
축산, 낙농, 해산물 양식 및 조업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공장식 농업, 공정무역 등에 대한 반대론자와 옹호론자의 입장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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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 책을 보면 정말.. 고기는 먹을 것이 못된다.
소의 예를 보면.. 그것을 사육하는 방식 자체도 잔인하지만, 소고기 1파운드를 얻기 위해 소비해야하는 엄청난 물의 양
(빵 1파운드의 12배, 토마토 1파운드의 86배), 소에게 먹여야 하는 곡물, 그 배설물로 인해 오염되는 하천, 황폐해지는 토지,
농장을 짓기 위해 벌목되는 숲을 생각하면 패티 한 장 들어있는 햄버거에도 감히 손이 안간다.
내가 맛있는 고기를 안 먹음으로써 느끼는 일종의 희생은 그 고기가 내 앞에 오기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저임금 농장 노동자, 농장 주변 오염된 환경으로 피해보는 이들 등)이 치뤄야하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난 고기와 우유와 달걀을 포기해야할까? =ㅅ=;;
일단... 고기는... 내 돈 주고 사서 집에서 요리해 먹는 일은 없도록... 노력을...!!

책을 읽고 내가 애용하는 한살림의 고기는 어떨까 하고 살펴 보았는데,
과일과 채소, 곡물에 대한 자료는 많아도 육류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았다.
소에게 어떤 사료를 먹인다 정도만 있을 뿐.
가둬놓고 기르는 건 마찬가지일까. 하긴 한국엔 소가 충분히 풀을 뜯어 먹을 만한 목초지도 없을테니...=_=
닭은 일단 양계장 안에서는 바닥에 풀어놓고 기르긴 하는데, 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유도 주어지는지는 모르겠고...
부리를 자르는지 안 자르는지도 모르겠네.
다음에 생산지 방문이라도 하면 함 가봐야지!!

이런건 참 모르는게 약이라는데도... 왜 이렇게 흥미로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