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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고/책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지중해태양의요리사박찬일의이딸리아맛보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자전적에세이
지은이 박찬일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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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요리에 관한 책은 아닌 것이, 말하자면 유학기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기자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요리에 관심히 생겨 이탈리아의 요리 학교에 입학,
졸업 후에는 견습을 위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시골마을 선택하는 저자. 정말 특이한 이력이다.
소설 전공자 답게 글도 너무 재미있고 위트가 넘친다.
(사람은 정말 최소한 두 가지는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글쓰기 능력이란, 초 부럽)

한국 사람이라고는 옛날 북한의 축구 선수 박두익 밖에 모르는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때로는 동물원의 원숭이같은 구경 거리가 되면서, 땀흘린 옷을 벗어 털면 소금이 툭툭 떨어진다는 50도의 무더위와 씨름하면서, 자신을 물어버릴지도 모를 전갈과 동거하면서 시칠리아의 작은 식당에서 견습 생활을 한다. 그가 대부라고 칭하는 주방장 쥬제뻬씨는 겉멋만 든 로마의 식당들과 푸아그라와 같은 비윤리적인 먹을거리를 증오하는, 자신의 주관대로 최고만을 고집하는 멋진 요리사다. (요런 장인정신을 가진 요리사의 요리를 언제쯤 먹어볼까~!)

책을 읽으면서 나도 유학시절에 가까이 지냈던 몇몇 이탈리아인 친구들이 떠올랐다.
커피 이야기에서는 허리가 잘록하게 생긴 에스프레소용 커피메이커를 일본까지 싸들고 와서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던, 일본어의 억양도 너무 이탈리안틱했던 친구들도 떠오르고, 스파게티를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면 끓이듯 후다닥 만들어 내던 친구들, 그리고 유스호스텔에서 피자를 구워먹던 애들까지 떠올리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시칠리아를 검색해 보니,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지중해의 안티크한 도시이구나~
이딸~리아! 주택담보대출 다 갚으면 기념으로 유럽여행 한 번 가자고 벼르고 있는데... 기다려!!

암튼, 총각도 아니고 기혼남에 어린 딸내미까지 있는데도 진정 하고싶은 것을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사람, 멋있다.

그리고 주제뻬 쉐프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너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을 요리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