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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

필리핀 여행의 기억


으와앗 마지막 포스팅을 한지도 여행을 갔다온지도 한참이 지나버렸다.
여행은 여행 중이든 갔다 와서든 기록을 남겨야 나중에 기억에도 남는데
그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또 게으름.

본격적인 동남아로는 첫 번째 여행지였던 필리핀.
첫 인상은 '헉'.
새벽 2시쯤 도착해서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택시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풍경은 탄자니아에서 본 것과 비슷한.. 코카콜라 간판들. =_=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은퇴 이민도 많이 가고 어학연수도 가는 곳이라
좀 더 괜찮은 환경일 줄 알았는데 .. 후진국이구남.
(물론 마닐라는 다르겠지만! 세부는 어쨌거나 지방이니..)

첫째날은 그렇게 밤에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중나온 사람을 만나 게스트하우스로.
난 분명 더블베드방을 예약했는데 트윈베드방을 준다. ㅡㅡ;
몇 시간 안 자고 나갈거니 그냥 있지 뭐.
방은 깔끔했지만 욕실은 도저히 샤워조차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공동 욕실이라 그냥 내일로 미루고 일단 잠!

둘째날 7시반쯤 일어나 왕뚜껑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배를 타러 부두에 갔다.
짐 싣는 사람이 20페소를 달라기에 줬는데 생각해보니 뭔가 안 줘도 될 것을 속아서 준 것 같아 찜찜하다.
배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쾌속선이라 파도에 부딪힐 때마다 울렁울렁.
찜찜한 스토리의 영화를 한 편 보니 보홀 섬에 도착해 있다.
리조트에서 마중을 나오기로 했는데(랄까.. 마중 나오라고 메일 보내놨는데 답장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마중을 나오지 않아서 우리를 끈질기에 쫓아다니며 섬 투어를 하라던 아저씨를 따라 곧장 투어에 나섰다.
기대했던 초콜릿힐과 로복강 등등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5시.
로복강 크루즈에선 원래 점심을 먹으면 음료가 인당 1병이 무료인데 이 종업원 여자가 또 우릴 속이려고
돈을 받아갔다. 앞자리에 있는 한국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는 뭐얏 공짜라고! 해서 다시 돈 받아옴 -_-;
암튼 씻지도 못하고 꼬질꼬실하게 해서 사진찍으면서 돌아본 보홀 섬은
오래된 느낌의..스페인의 분이기가 약간 남아있는 조용하고 작은 섬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Tarsier라는 원숭이같이 생긴 동물은 사진만 봤을땐 원숭이만한 크기인줄 알았더니
아주 손바닥 만해서 너무너무 귀여웠다. 한 마리 데려와 키웠음 좋았을텐데 ㅋ
이래저래 저녁 무렵 리조트에 도착. 정말 여길 예약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담하고 예쁜 리조트다.
필리핀의 전통 가옥 양식도 많이 반영되어 있고, 가구도 그런 스타일.
리조트 2층엔 도서관과 DVD들이 있어 언제든 빌려볼 수 있고, 보드게임도 준비되어 있다.
자그마한 야외 수영장과 크지 않은 프라이빗 비치도..
너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역시 나는 샹그릴라니 뭐나 하는 그런 대규모 리조트보다 이런 아담한 곳이 좋다.

셋째날은 아침을 리조트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해변을 산책했다.
작은 리조트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정말 주인이 세심한 곳까지 마음으로 신경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는 스노클링.
호텔에 신청을 해서 호텔에서 데려가는 줄 알았더니 어딘가에서 오토바이타고 뱃사람 아저시 등장;
오토바이 하나에 아저씨 뒤에 신랑 앉고 그 뒤에 나 앉고.. 성인 셋이 타고 바다로 출발! -_-
아저씨네 앞 바다에 둥둥 떠있는 배를 하나 잡아타고
다이버들의 천국이라던가 암튼 좋다는 발리카삭섬으로 가려고 했으나
파도가 너무 세서 스노클링엔 안 좋을 것 같다며 급 선회.
버진아일랜드라는 작은 섬 근처로 가서 스노클링을 했다.
나 스노클링 도구들은 허접해서인지 얼굴형에 안 맞아서 물이 다 세어 들어오고 ㅠㅠ
결국 배아저씨의 나무로 만든 물안경만 끼고 했다.
오리발도 안 줘서 왕 체력소모 ㅠ
바다가 생각보다 맑은 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산호도 보고 니모에 나오는 물고기들도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버진 아일랜드에 들렀더니 거기 또 장사하는 사람이 ㅡㅡ;
진주를 사라며.. 쩝.. 그건 살 리가 없고 티올첸이라는 멍게 빗스한 맛이 나는 걸 사먹어보았다.
리조트로 돌아와서는 배불리 점심먹고 바닷가로 가서 그물 침대에서 낮잠~
정말 완벽한 휴식!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정말 잘 먹고 잘 자고 DVD도 두 편이나 봤다.

넷째날은 다시 세부 시내로 컴백.
부두를 나와 좀 걸어보니 ... 이거 정말 걸어다닐만한 데가 못 된다.
엄청난 매연에 제대로 숨쉬기도 힘들고 어린애들 쫓아오고 ㅠ
길에 인도도 제대로 안 돼있는 곳이 있고.. 차들은 막 다니고.. 위험하고..헝헝
그래도 열심히 걸어 유명하다는 데를 다 둘러보고 바로 택시타고 호텔로 고고.
호텔은 IT파크라는 지역에 있었는데 여긴 완전 별천지다.
중국 상해의 빈민가 옆 동방명주같은 그런 느낌 ㅡㅡ;
결국 우리는 다시 매연을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그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아얄라몰이라는 대형 쇼핑센터에 가서 놀았다.
신랑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마사지도 받고 쇼핑도 하고~.
근데 필리핀의 물가라는 것이 정말 생각보다 싸지 않다!
옷 가격도 한국이랑 비슷비슷.

마지막날.
시내에 구경할 것도 없고 공항에는 1시반까지 가야해서 또 어제 간 쇼핑몰에나 갈까 하다가
그래도 다른 데 가보자 하고 택시를 타고 sm city라는 쇼핑몰에 갔다.
어제 간 곳 보단 후졌지만 그럭저럭 구경하고 기념품도 사고 하다보니 다 둘러봤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지도를 펼쳐보니 시장이 있길래 가보자! 하고 택시를 잡아탔는데, 여기서 막판에 꼬임...
필리핀에 가면 꼭 미터 택시 타라고 카페같은 데서 신신당부하길래 조심했는데 잘못 걸렸다.
아저씨가 60페소 정도면 갈 거리를 250을 달라고 한다.
싫다고 내리갰다고 하니 50페소 주면 내려 주겠단다.-_
어쩔 수 없이 200에 흥정했더니 아저씨는 계속 궁시렁 궁시렁 거기 가면 돌아올 때 손님 없다는 둥
그래도 몇배를 받아먹을라고!! 나도 열받아서 그냥 도착하면 100 던저주고 내리려 했으나
내가 신랑보다 늦게 내려야하니 무서버서... 180으로 깎아서 내고 내렸다.
시장은 뭐 그냥 우리나라랑 비슷한 느낌? 근데 온통 과일이다.
마지막날 점심은 필리핀에서 가장 잘나가는 패스트푸드로 보이는 졸리비를 먹으려고 했는데
시장 가는 바람에 졸리비도 못먹고ㅠ 공항에 가서 뭘 먹어야지 했더니
공항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다 컵라면이 200페소에 우동이 400이였다. (리조트밥이 200페소 정도였음)
필리핀에서 6000원 주고 신라면 먹기도 싫고 만원 넘게 주고 우동 먹기도 싫고 해서 일단 굶기.
뱅기에 타자마자 남은 페소 탈탈 털어 빵이랑 일본 컵라면 사먹었다.

배낭매고 싸게 갔다오자던 우리의 여행.
리조트 덕에 거의 호화급이었던 것 같다.
기분 좋은 경험이든 그렇지 않든 해외여행은 언제나 두근두근 즐거운 것.
어떤 경험을 했건 갔다 오고 나면 가기 전과는 다른 나, 라고 한비야씨가 그러더니.
여행이란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