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 듣고 느끼고/책

맞벌이의 함정-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맞벌이의함정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 경제학일반
지은이 엘리자베스 워런 외 (필맥, 2004년)
상세보기

맞벌이를 하는 중산층 여성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제목.
맞벌이의 함정이라...
책은 미국의 중산층 사회와 미국의 법률 등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

오늘날의 중산층 가정은 열심히 맞벌이를 하면서도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과거에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남자 혼자만 일을 하고 여자는 전업 주부를 해도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왜 항상 부족할까?
지금은 식료품도 공산품도 과거에 비해 저렴해 졌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가격과 매년 치솟는 교육비, 건강보험 등 큼지막한 것들이다.
맞벌이 중산층 가정은 여자쪽이 일을 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수입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저축해 두거나 하지 않고, 자식 교육을 위해 더 나은 학군에 속하는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사교육비, 자동차, 보험 등에 지출하는데, 이것이 맞벌이의 함정을 부른다.
한 명(그러니까 보통은 남자)의 수입에 예산을 맞춰 생활을 하면, 그 사람이 실직을 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 병이 나서 의료비 지출이 커지거나 하는 등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업주부로 있던 여자가 일터에 나서서 부가적인 수입을 끌어와 어느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는 이미 두 사람의 수입을 기준으로 해서 지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약하고, 심할 경우 파산까지 이어진다. 맞벌이로 발생하는 부가 수입을 오히려 물건을 사들이거나 여행이나 외식을 하는 등의 사치성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그것만 줄이면 다른 필요한 곳에 지출할 돈이 생기지만, 보통은 주택담보대출이나 보험금 등 장기적인 계약하에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많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한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중산층이 그럴 것이고, 우리집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좀 더 환경적으로 좋은 곳에서 생활하고 싶고, 우리 애기도 그런 곳에서 교육시키고 싶고,
이제는 필수가 된 입학 전 교육도 시켜야 하고, 대학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매월 부부 월 수입의 25% 가량을 모기지론 상환에 쓰고 있고(내가 일을 그만 둘 경우에는 무려 50%로 올라간다), 몇 가지 장기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난 이미 맞벌이의 함정에 빠져버린 것인가. ㅠㅅㅠ
저자는 한 쪽의 소득 없이도 6개월간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데, 글쎄다..
6개월은 어떻게 버틴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 그 이상은 무리일 것 같다.
'꿈궈온 집을 산 다음 그 모기지 대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맞벌이 소득을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질러버렸으니 어쩔 수 있나!
지금부터라도 위급상황에 대비할 현금을 조금씩 모아두고, 장기 서약을 신중하게 결정(안그래도 호호 교육비 때문에 보험을 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ㅠ)하는 재정 소방훈련을 해야겠다!

-
여기에 자녀 안 갖기 해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아이는 품질보증서 없는 고가의 소비품목과 같다는 인용구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근사한 교육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좋은 동네에 있는 집을 구입하는 것인 한 가정들은 파멸적인 모기지 대출을 계속 받을 것이고, 프리스쿨 비용이 공적 부담이기보다 가정의 책임인 한 부모들은 고투를 계속할 것이며, 대학이 행정직원들의 보수를 지불하기 위해 한 세대마다 등록금을 두 배씩 올리는 한 가정들은 더욱 과로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자녀를 갖는 것이 아주 위험한 일이 되었다는 것. 크으... 그러면서 우리와 같은 부모들은 변화를 이루기 위해 결속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치원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고, 사는 지역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역구에, 시에, 국가에 청원서를 보내야 한단다. =_=

물론 자식을 낳이 기르는 기쁨과 보람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상쇄해버리고도 남겠지만서도.. 여전히 우리 부부는 둘은 무리다. 호호 하나만 잘 키우자. 하는 생각을 한다.
역시 저출산 대책은 당장 산전 진료비 지원, 육아비 보조와 같은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크게보면 집값, 학군제, 요런 것들이 다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