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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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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다나베 세이코 (북스토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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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이이요루'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내용 곳곳에 전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단편으로 읽어도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선 3부작 중 이 한 권만이 번역 출간되었다.)

전편에서는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며 독신의 외로움을 채우고 사랑을 갈구하던 노리코가
본 편에서는 '고'와 결혼을 해서 살고는 있지만, 점점 그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는,
즉 다시 사랑을 놓고 독신으로 돌아가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노리코는 '고'를 사랑하긴 한 건가... 하니 별로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녀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오직 고로.
고는 그녀말대로 그냥 빈자리가 있으니 들어오시죠 정도의 감각으로 만나
어쩌다보니 결혼까지 한 상대. 부자놀이도, 사랑놀이도.. 진심이 없으니 재미가 오래 갈 리 없다.
그래도 몇 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과 헤어진다는 건 가슴아픈 일.
고와 함께 결혼생활을 해 나가면서 점점 그에게서 마음이 멀어져가는 노리코의 심리를 잘 담아내고 있다.

"나의 사적 생활은 모두 고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나 자신의 존재조차 없어지고, 고의 사적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나는 겨우 살아남았을 뿐이다."

-
그런데.. 이 책, 번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최... 이분은 그냥 다 있는 그대로 번역하심. 역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정도면 잘못된 번역의 예로 번역학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해도 될 정도.. =_=.

예를 들면,
1) "대개 이런 쟈가 같은 차는 뒷자석이..." : 쟈가가 뭡니까! '재규어'라고! 인터넷 검색이라도 한 번 해 보셨으면..
2) "저는 기간 중 계속 회장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 '회장' 같은말을 우리가 쓰긴 쓰나.. 특히 대화에서.. "저는 전시 기간 중에는 계속 갤러리에 있을 겁니다." 라고 하면 안 될까?
3) "당분간 성장(盛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 한자까지 괄호 안에 써 주면서까지 저걸 한자 그대로 번역해야 했을까? 게다가 저 당분간은.. 아마도 'しばらく'였을 것 같은데, 그러면
"한동안 제대로 꾸며보지 않았기 때문에"라던가 좀 풀어 써 줬으면...
4) "설산에서 조난당해 몇 년 만에 생환한 것처럼" 이런 것도.. "..살아돌아 온 것처럼" 으로..
5) "상당한 속력으로 차를 달린 덕분에" : 차를 달리다? 일본어에서는 그렇게 쓰지만 한국어에서는 아니잖아요...ㅠㅠ "상당히 속력을 내어 달린 덕분에" 정도?
6) "베란다 밖의 초록을 보고 있었다." : 초록-_- 緑. 녹음이라고 해 주시던가요..
등등... 암튼 많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