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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고/책

완벽한 가격

완벽한가격뇌를충돌질하는최저가격의불편한진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 경제비평
지은이 엘렌 레펠 셸 (랜덤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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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전쟁. 최저가 보상. 요즘 흔히 듣는 말이다.
Everyday Low Price를 지향하는 대형할인점 뿐만아니라 백화점도 거의 상시 세일에 쿠폰 할인, 사은품 증정 행사를 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면 정상가라는 것의 의미가 모호하다.
무조건 가로줄 쫙 그어놓고 할인가, 판매가 얼마라는 식이다. 과연 저게 진짜 할인이 된 가격인지 원래 가격인지 알 길이 없다.

완벽한 가격에서는 이런 할인 열풍의 기원부터 파고 들어가 살펴보고, 우리가 싸다고 믿고 있는 게 따지고 보면 전혀 싼 것이 아니라는 것. 결국은 누군가가 그 할인된 가격 만큼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를테면 이케아 가구. 저렴한 가격에 모던한 디자인.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물건의 품질 자체도 그렇지만, 도시 외곽에 자리한 이케아 매장까지 가는 데 소요되는 교통비(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와 번거로움, 직접 가구를 조립해야 하는 점 등을 따져보면 전혀 싸지 않다는 거다. 게다가 이런 싸게 사서 대충 쓰고 버리는 물건들 때문에 장인 정신이 깃든 물건이 사라지고, 견고하고 고풍스러운 안티크 가구들이 길거리 쓰레기 더머 속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책의 결말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력의 적절한 행사를 통해 이러한 소비행태로부터 변화를 촉구한다. "누군가 어디서 더 싸게 살 것이라는 걱정을 벗어던지고, 살 것인지 말 것인지, 흥정을 할 것인지 말것인지, 그리고 마음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더 이상 저가의 노예가 아니므로 자유롭게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1+1이니까 하나만 필요해도 하나 더 사지 뭐, 50%니까 뭔가 하나 사야겠어.. 했던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 그나저나 요즘의 대세는 소셜쇼핑이라던데. 단체로 싸게 사자는. 그런 걸 보면 어, 이 레스토랑이 반 값, 엇 마사지 싸다! 하면서 질러버리고 싶은 나의 마음. 보지를 말아야지!
싼게 비지떡인 것도 싫고, 터무니없이 브랜드 값이라고 비싸기만 한 것도 싫은데... 정당한 값을 치르고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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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리를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며, 성공 자체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다. 할인판매의 경우도 할인제품을 구매하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것은 할인제품 자체라기보다 싸게 잘 구매한다는 기대감일 때가 많다.

할인 때문에 우리는 몇 푼을 아끼는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과대평가하고, 다양성과 품질과 시간처럼 매우 중요한 것을 과소평가한다. 저가에 일단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우리는 가격할인으로 절약하는 몫만큼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나쁜 제품이 좋은 제품을 몰아낼 때, 우수한 제품을 위한 시장은 줄어들 것이고 우수한 제품들은 더 비싸질 것이다.